그 순간
누군가를 진정으로 바라보고, 또 그 시선이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을 느꼈던 첫 순간을 기억한다. 우리가 붐비는 공간을 지날 때 서로의 길을 터주기 위해 존재를 인정하는, 그런 일상적인 사회적 시선이 아니었다. 그것은 달랐다. 나는 어렸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있었다. 그리고 잠시, 일상적인 대화의 흐름이 멈추었다. 우리는 그저 서로를 바라보았다. 세상은 우리 둘 사이의 공간으로 오그라들었다.
그 후에 극적인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으며, 각자의 삶을 살아갔다. 하지만 서로를 알아본 그 순간만은, 마치 오랫동안 주머니에 넣고 다닌 작은 조약돌처럼 내 안에 남았다. 그 순간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친밀감이란 한순간에도 생겨날 수 있으며, 두 사람은 단 한 마디 말 없이도 깊은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이것이 바로 페르메르의 소녀가 350년의 세월을 건너 우리에게 건네는 것이다. 그녀는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고, 그 비현실적인 진주는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온 빛을 받아 반짝인다. 그녀의 눈은 1665년부터 우리가 답하려 애써온 질문을 담고 있다. 응시도, 곁눈질도 아닌, 그보다 더 다정하고 더 마음을 흔드는 무언가. 그녀는 사적인 공간을, 감상자와 그림의 주체가 만나는 방 안의 또 다른 방을 만들어낸다. 그녀는 조건이나 거리낌 없이 우리에게 시선을 내어주며, 그저 우리도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 시선을 되돌려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 만남의 자리로 데려간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다른 이의 눈 속에서 발견하기를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을 품은 채 그녀를 바라본다.
반향
우리는 끊임없는 시각적 소음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매일 수백 개의 얼굴이 주머니 속 화면 위로 스쳐 지나간다. 우리는 보면서도 보지 못하고, 바라보면서도 목격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따금, 무언가가 우리를 그 자리에 얼어붙게 만든다. 붐비는 방 건너편 낯선 이의 표정. 스크롤을 멈추게 하는 한 장의 사진. 무방비한 생각에 잠긴 사랑하는 이의 얼굴.
이런 마주침은 우리에게 다른 존재와 온전히 함께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일깨워준다. 그것은 우리를 사로잡은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고 타인의 존재를 그저 지켜보았던, 그 드문 순간으로 다시 불러온다. 바로 이런 마주침이 우리에게 흔적을 남기고, 우리 하루의 결을 바꾼다.
어쩌면 페르메르의 그림은 결국 우리에게 아무것도 묻고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어쩌면 무언가를 건네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확실성 속에 머물러도 좋다는 허락을, 모든 진정한 마주침의 중심에 놓인 ‘알 수 없음’을 끌어안아도 좋다는 허락을. 소녀는 우리를 돌아본다. 그리고 그 시선은 열린 채로, 끈기 있게, 기다리며 머문다.
우리는 그곳에서 무엇을 발견하는가?
오직 우리가 가져온 것만을. 오직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만을.